편리한 차량 동선과 멋진 디자인의 편의점과 레스토랑도 갖췄다. 영국의 지방 국도변 가족경영 주유소 치고는 투자도 많이 했다. 그런다고 고객이 절로 찾아올까?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는 동기 부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상품 조합의 추천 메뉴를 제안하고 지역사회 공헌까지 덧붙여야 비로소 구매가 이뤄진다고 울머주유소 운영자들은 강조한다.

영국의 수도 런던 남서쪽에 있는 보돈(Bordon)시에 위치한 울머(Woolmer) 주유소. 3개의 주유소를 운영하는 석유회사, ‘더 가너 그룹(The Garner Group)’의 간판급 주유소다. ‘더 가너 그룹’은 1984년에 오픈했던 주유소를 2018년에 완전히 리빌딩했다. 이 과정에서 유외사업 시설을 확충하는 데 공을 들였다. 2개의 커피 머신과 냉동고, 즉석 음식을 조리해서 판매하는 조리기구와 진열장, 아마존과 제휴한 무인 택배함(Amazon lockers), 그리고 선불카드로 결제하는 복권 판매대까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가능한 매장으로 바꾼 것이다.

19년에 영국 최고 주유소로 선정돼

원래의 주유소가 건설된지 35년만에 새롭게 오픈하면서 아버지와 삼촌 그리고 조카 등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쳤다. 이 주유소는 영국의 주유소 전문지 포코트 트레이더(Forecourt Tradres)가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주유소(The Forecourt Trader of the Year Award)’ 2019년도 시상식에서 최고의 주유소로 선정됐다.

흥미로운 것은 2014년에도 이 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5년 동안 두 번이나 선정됐을 만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 포코트 트레이더는 “소규모 가족 기업으로서 더 가너스 그룹은 주유소 레이아웃의 최적화를 도모하고 주유소의 각 요소 디자인을 충실하게 재편했다. 또한 주유소를 찾는 고객들과 주유소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의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세련되지만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

6개월간 공사를 거쳐서 2019년 4월에 새로 오픈한 울머주유소는 쉘 브랜드를 달고 있고 편의점의 브랜드는 'Nisa' store(약 56평)다. 레이아웃의 중점은 일단 원활한 주유 동선의 배치와 23대의 주차공간이다. 그리고 주유기 아일랜드 주변으로 공간을 최대한 확대했다. 자동차들이 서로 지나칠 수 있는 9m의 공간도 배치했다. 여기에 전기차 충전기도 설치했다. 전기차 보급대수가 확 늘어나진 않았지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또 농업용과 건설용 그리고 보트 운행용으로 사용되는 'red diesel(면세 경유)' 전용 주유기도 갖추고 있다.

편의점 전면을 보면 나무 느낌이 물씬 나는 고동색 우드와 그레이톤의 자재를 결합해 만든 출입구부터 세련미를 풍긴다. 통상적으로 편의점 브랜드가 들어가야 할 로고 자리에는 ‘더 가너 그룹’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가족 회사로서 그 이름을 올려놓았다는 것은 그만큼 오랜 세월 지역 사회 일원으로 활동했다는 자부심의 증거다.

편의점 내부에 들어서면 고객들은 오픈 스타일의 높은 천정과 우아한 조명 그리고 나무 자재로 마감된 카운터와 마주친다. '친근감'이 편의점 전체에 적용되는 컨셉이다. 조카와 함께 주유소 실무를 담당하는 앤디 가너(Andy Garner)는 "자기 집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지만 그걸 100% 달성하긴 어려운 노릇"이라면서도 "청결을 기본으로 하되 세련된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튀지 않아야 했다. 여긴 대도시가 아니라 지방 국도변"이라고 말한다.

사진 출처 : PRA 2020 Market Review/cdsilighting.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