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리케이션에 로그인했다. 진열장이 열리고 상품을 골랐더니 결제가 완료됐단다. 핀란드 정유사인 ‘Neste’가 지난 달 선보인 주유소 병설 편의점의 모습이다. 기다리기 싫고 빠르게 상품을 산 뒤에 떠나고 싶은 고객, 코로나19로 대면 서비스를 꺼리는 고객 성향을 정확하게 조준한 점포다.

지난 2018년 12월 주유소에 ‘로봇 주유기’를 도입해 화제를 낳았던 핀란드 정유사 ‘네스테(Neste)’가 또다른 혁신을 시도했다. 주유소 병설 편의점인 ‘이지 델리(Easy Deli)’를 완전 자동화한 것. 편의점에서 상품을 구입하면 자동으로 상품을 식별하고 결제까지 끝나는 시스템이다.

고객들은 사전에 Neste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선 ‘Neste 앱’으로 로그인한다. 로그인하면 편의점의 문이 열린다. 로그인만 하면 상품 진열장도 열 수 있다. 사고 싶은 상품을 고른 후 별도의 스캐닝 코너에 상품을 얹어놓으면 대금 결제가 처리된다. 미리 등록해둔 신용카드와 직불카드는 물론 애플페이(Apple Pay)나 구글페이로도 결제된다.

RFID 기술로 한 방에 상품 인식

네스테는 핀란드의 ‘Nordic ID’가 개발한 ‘RFID’ 기술을 활용했다. 네스테의 주카 펠토니에미(Jukka Peltoniemi) 매니저는 “기존의 셀프 서비스 체크 아웃에 비하면 한 단계 도약한 서비스다. 고객들이 일일이 상품 바코드를 읽어야만 셀프 결제가 가능했던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라면서 “고르는 순간 지불을 끝내기 때문에 구매 경험은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르고 쉽다”고 말한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의 라타카투(Ratakatu)의 Neste Express 주유소에 설치된 ‘이지 델리’는 지난 6월 4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편의점엔 사람도 없다. 고객들이 스스로 앱을 가동하고 방문하기 때문이다. 24시간 언제나 이용할 수 있지만 인건비가 들지 않는 셈이다.

‘이지 델리’ 내부로 들어가면 대형 자동판매기와 같은 진열장이 보인다. 간단하게 데우기만 하면 되는 스낵류와 빵 종류 그리고 신선한 샐러드 등 먹거리 상품들이 한 축을 차지한다. 나머지 상품들은 대부분 워셔액이나 세정액 그리고 액세서리를 포함한 자동차 용품 위주로 구성돼 있다. 네스테는 수많은 설문조사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먹거리와 자동차 용품으로 상품 구색 라인업을 정했다.

편의점도 자동차 부품처럼 모듈화 

네스테의 관계자는 “로봇 주유기를 설치한 주유소에서 무인 편의점인 ‘이지 델리’를 운영한 결과 고객들이 아주 간편하고 편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앞으로 앱에 로그인하면 로봇 주유기로 주유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한다. 스마트폰으로 주유와 쇼핑을 모두 끝내는 셈”이라고 설명한다.  

네스테에 따르면 현재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은 엄청나게 변화했다. ▲굳이 종업원과 얼굴을 마주할 필요도 없고 ▲다양한 결제 수단으로 대금을 지불하며 ▲24시간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점포를 원한다는 게 네스테의 생각이다. 

“주유소는 이제 주유만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다. 새로운 서비스는 필요에 따라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규정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지구촌을 강타한 지금 고객들이 감염될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동시에 구매 데이터를 통한 상품 개발과 발전을 위해 ‘이지 델리’가 큰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본다.” 네스테 관계자의 말이다. 

네스테의 ‘이지 델리’는 이미 인기를 얻고 있고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고객들은 편리하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있고 특히 ‘스피드’에 감탄하고 있다. 필요한 상품을 사러 들렀다가 줄이 길어지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네스테가 노린 것도 이 대목이다.

펠토니에미(Jukka Peltoniemi) 매니저는 “일일이 바코드를 찍어야만 결제가 가능한 기존 편의점이나 마트에 비해서 결제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서비스에선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속도가 중요하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라고 하면서 “주유소 한 켠에 재활용이 가능한 자재로 공간을 마련한 뒤 상품 진열장을 들여놓고 RFID 네트워크만 깔면 된다. 요즘 자동차 부품처럼 진열대를 넣었다가 빼는 식으로 이동성이 강화되고 비용도 절감하는 게 ‘이지 델리’의 또다른 경쟁력”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