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지난 2월 20일 고유황 해상유 등을 불법 유통해 부가가치세와 교통세 등 세금을 탈루한 20개 업체에 대해 전국 동시 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9월에서 12월까지 불법 해상 면세유와 가짜 석유를 판매하는 ‘먹튀주유소’를 집중 조사 · 적발한 데 이어 유류 탈세의 원천으로 지목된 해상 면세유 불법 유출 업체를 정조준한 것이다.

국세청의 전국 동시 조사는 외항 선박에 해상 면세유를 급유하면서 불법 유출한 혐의가 있는 급유대행업체 6개, 불법 유출된 해상 면세유를 유통한 혐의가 있는 해상유 판매 대리점 3개, 해상 면세유를 소비자에게 판매한 혐의 등이 있는 ‘먹튀주유소’ 11개 업체가 조사 대상자였다.

이미 국세청은 지난 2023년 단기간 영업 후 무단 폐업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주유소, 일명 ‘먹튀주유소’에 대한 대규모 조사를 전국적으로 실시한 바 있다.

주유소업계의 유통질서를 어지럽히고 조세 수입을 훼손한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국세청은 35개 유류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시행했다.

일부 업체에서는 불법 행위가 확인돼 실행위자를 고발하고 현장에서 유류를 처음 압류해 조세채권을 확보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 과정에서 불법 유통되는 유류의 원천이 외항 선박에 공급되는 해상 면세유로 확인된 탓에 이번 후속 조사가 기획됐다고 국세청은 밝히고 있다.

불법 유통은 단순히 교통세와 부가가치세 등의 세금 탈루에 그치지 않는다.

황 함유량이 높은 해상 면세유가 가짜석유 제조에 이용돼 석유유통업계의 질서를 파괴하고 주유소 경영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악영향은 너무나 크다는 지적이다.

일부 면세유 빼돌려 탈세

정유사는 외항 선박의 급유 요청에 따라 급유대행업체에 해상 면세유를 반출하고 급유대행업체는 외항 선박에 해상 면세유 전량을 급유하는 것이 정상적인 해상 면세유의 거래 흐름이다.

예를 들어 정유사가 급유대행업체에 100㎘ 급유 지시를 전달하면 급유대행업체는 그대로 외항선에 100㎘를 급유해야 한다.

그러나 급유대행업체가 외항 선박과 공모해 정유사에서 받은 해상 면세유를 전량 급유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정유사가 급유대행업체에 100㎘ 급유 지시를 했는데도 급유대행업체가 80㎘만 급유하는 식이다.

이렇게 일부를 빼돌려 브로커를 통해 해상유 판매 대리점에 저렴하게 판매하는 등 해상 면세유를 불법 유통하고 있다는 점이 포착됐다.

이러한 불법 유통에 관여한 판매 대리점들은 중간에서 이익을 챙기고 자신이 알고 있는 주유소에 공급하며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상 면세유는 외항 선박 등에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유류와 달리 부가가치세와 교통세 등의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그래서 가격이 일반유 대비 20% 정도 저렴하다.

불법 업자들은 이를 이용해 차익을 노리고 해상 면세유를 불법 유출해 ‘먹튀주유소’에 판매했다.

이렇게 불법 유통이 지속되면 세금 탈루는 물론 환경오염 등의 부작용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석유유통업계의 정상적인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