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기 없는 주유소가 생겨나는 일본이다. 변신하지 않으면 문을 닫게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기도 하고 주유소 시설도 관리하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조금으로 촉발된 가격경쟁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래저래 주유소 경영 환경에 악재가 산적한 건 한국만이 아니다.

주유소 경영 신업태

주유기 없고 세차와 코팅만 제공

지난 2023년 10월 새로 오픈한 도쿄 도심지의 한 주유소가 화제를 낳고 있다.

‘이타바시(イタバシ)’라는 이데미츠 코산 계열 특약점이 도쿄에 선보인 곳이다.

이 주유소는 이데미츠 코산이 모빌리티 서비스 특화형 점포라고 소개하는 ‘아폴로 원’의 1호점이다.

‘아폴로 원’이란 세차와 코팅 전문점을 표방하는 점포를 뜻한다.

이데미츠 코산은 자동차 통행량이 많고 거주 주민이 풍부한 지역을 대상으로 직영 주유소나 특약점 직영 주유소를 물색해 앞으로 이 컨셉의 점포를 대거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 주유소엔 주유기가 없다.

대신 드라이브웨이에 자동세차기와 셀프세차 공간을 충분히 배치해놨다.

더불어 오랜 시간 작업을 해야 하는 자동차 코팅은 별도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밀폐형 코팅 전용 부스는 비와 바람 그리고 먼지를 완전히 막아주기 때문에 최고의 마무리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부지 내에는 자동차 코팅용 시공 부스 외에도 다양한 편의 공간이 있다.

기존 사무실을 ‘서비스 룸’으로 바꾸고 1층에는 상담 공간을, 2층에는 고객이 천천히 쉬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대기실을 마련했다.

한마디로 전문적인 차량 유지 보수와 휴게 시설을 결합한 셈이다.

지난 2023년 11월 말로 약 한 달이 넘은 운영 기간동안 거둔 실적은 만만치 않다.

자동차 세차와 코팅의 시공 대수는 벌써 리뉴얼 이전의 6개월치 매출에 육박했다.

1개월치 매출이 기존의 6개월치 매출에 근접한 것이다.

지역 내에서 고객들의 인지도가 조금씩 상승하면서 순조롭게 실적을 올리기 시작한 것으로 특약점 측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이타바시’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 주유소였기 때문에 주유할 수 없는지 묻는 고객들이 아직도 있다”면서 “이데미츠 코산의 폴사인을 달고 있는 주유소가 근처에 또 있기 때문에 그쪽으로 안내한다”고 말했다.

점포 운영을 맡고 있는 점장은 “고객들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꾼다고 해도 자동차 유지보수나 깨끗하게 자동차를 타고 싶어하는 요구는 없어지지 않는다”면서 “차의 보관 방법, 접객 방법 등 전문점이기 때문에 제공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 이 점포를 기반으로 운영 노하우를 축적해 다른 주유소의 세차/코팅 매출을 올려보고 싶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