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대형 산불로 경북 지역 주유소도 상당한 피해

■ 산업부도 ‘주유소 산불 피해 대응 매뉴얼’ 배포 나서

■ 셀프 주유소는 유증기 피해 없도록 고객과 소통 필요

대형 산불이 경북과 경남 지역 주유소들에 큰 피해를 줬다.

지난 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괴물 산불’로 번진 탓이다.

지난 4월 17일 각 지방자치단체와 당국 등에 따르면 산림청을 포함한 정부 기관 합동 조사 결과 경북 5개 시·군을 휩쓴 산불 피해 규모는 9만㏊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역대 최악으로 불렸던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 산림 피해 면적의 4배 수준이다.

주유소의 상황도 심각했다.

경북 영덕군의 A주유소는 전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안동시의 주유소 두 곳에도 불길이 번져 주유소 앞까지 왔지만 방화선을 구축해 간신히 막아낸 사례도 존재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울산광역시에 위치한 석유비축기지와 저유소의 피해는 없었다는 것이다.

석유유통업계의 관계자는 “영덕군 주유소의 경우 시설뿐만 아니라 탱크로리 또한 전소됐다”며 “주유소에 불길이 붙어 발생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저유소로 산불이 옮겨갔으면 화재 진압이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산불 피해 대응 매뉴얼 긴급 제작

이번 산불은 주불 진화가 어렵고 계속 번져가는 특성을 보여 ‘좀비 산불’이라고도 불렸다.

그만큼 석유시설로 불길이 옮겼을 때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었다.

주유소가 산불로 화재가 발생하면 대규모 인명 사고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다행히 지역 소방대원과 주민들의 필사적인 진화로 주유소 피해를 줄였지만 건조한 날씨가 반복되면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도 급기야 대응에 나섰다.

㈔한국주유소협회와 함께 ‘주유소 산불 피해 대응 매뉴얼’을 제작해 경북 안동 등 피해 지역 138개의 주유소에 긴급 전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유소 산불 피해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산불 도달 전의 시점을 대응 1단계로 설정했다.

대응 방법으로는 ①주유소 외곽 가연성 물질 제거 ②이동판매 차량 등 이동 조치 ③주유소 바닥 살수, 소화기 비치를 통해 대응하도록 했다.

불길이 거세지 않아 주유소 내부까지 미치지 않을 때는 2단계 대응을 권유했다.

①주유소의 모든 전원 차단(영업 중지) ②취사용 가스설비 밸브 차단 ③창문과 출입문 차단 ④탱크 맨홀 상부, 주입구, 주유기 주변 살수 조치를 규정했다.

불길이 거세고 바람이 심해 주유소 내부까지 미칠 때는 최종 대응이 3단계가 적용된다.

이 경우 소방서 등 유관기관의 지시에 따라 대피를 권유했다.

한편 산업부는 이번 초대형 산불에 앞서 지난 1월부터 ‘석유시설 재난 매뉴얼’ 제정을 진행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해 7월 재난안전법 시행령이 개정돼 재난 유형이 확대됨에 따라 석유 정제시설과 비축시설, 주유소 등 석유시설에 대한 재난 표준과 실무, 행동 매뉴얼 등을 규정할 예정이다.

또한 산업부는 산불이 발생한 후 제정 중인 ‘석유시설 재난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위기 경보 수준 판단 회의를 통해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또 상황관리반을 운영해 석유시설 피해 현황과 복구 등 대응 방안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