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찍한 녹지 공간에서 휴식을 취한다. 주유소 어디를 가도 친절한 안내판과 서비스 루트의 제안서들이 빼곡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고객을 배려하는 방역 서비스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샤포네주유소는 팬데믹 시대의 주유소 모델을 보여준다.

프랑스 파리와 리옹(Lyon)을 연결하는 A6 고속도로에 위치한 주유소, ‘l-aire de la chaponne(이하 샤포네주유소)’는 24시간 운영되는 고속도로 주유소다. 약간 경사가 진 언덕을 배경으로 이 주유소는 시적이고 조화로운 방식으로 디자인됐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주유소 캐노피를 비롯해 모든 시설물은 돔 모양으로 만들어진 ‘Eden’이라는 건물과 일체화시켰다. 내부 공간은 나무와 자연 채광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한눈에 봐도 자연과 환경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친환경 그리고 편의성 높은 공간

대초원과 같은 외관은 피크닉과 놀이의 기회를 제공한다. 자동차 여행의 단조로움을 깨뜨리는 장소다. 주유소 아일랜드를 비롯해 편의점과 레스토랑은 모두 둥그런 형태의 지붕으로 마감했다. 부드러움 속에서 어느 장소를 쳐다봐도 한눈에 시설물이 들어오는 최적의 시인성을 자랑한다.

주유소 입구의 원형 교차로에는 원형 레이아웃을 사용해서 각각 다른 모양과 색상 코드로 구분되는 고객 루트의 제안 표지판이 설치됐다. 자기 필요에 따라서 이동하는 고객들에게 일종의 지도 역할을 하는 곳이다.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면 테이블과 좌석 높이를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좌석이 마련돼 있다. 주유소 아일랜드 옆과 레스토랑 옆에는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 전광판을 마련했다. 주요 목적지까지 걸리는 소요 시간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트래픽 정보, 날씨, 지역 정보를 한눈에 보여준다.

코로나19가 오히려 날개 달아줘

널찍한 잔디와 수목으로 치장된 초원은 여러 고객들의 입맛에 맞게 구성됐다. 피크닉 공간, 야외 게임 공간, 나무 사이에서 산책할 수 있는 다양한 도보 코스, 이벤트 또는 지역 시장의 특산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마케팅 공간까지 마련됐다.

이 주유소를 설계한 건축가 오라 이토(Ora Ito)는 “고속도로를 여행하는 고객들에게 녹지가 많고 운전 중에 산책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기에 이상적인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서 “주유소라고 해서 꼭 기름 냄새가 나거나 주유를 하고 바로 빠져나가는 장소일 필요가 없다. 잠깐 멈추는 곳 또한 주유소라는 점에서 진정한 휴식을 안겨주는 것도 주유소의 의무”라고 덧붙인다. 코로나19는 프랑스 주유소업계에도 그늘을 드리웠다. 도심지 주유소들마다 고객이 급감했고 기름 판매량은 형편없이 떨어졌다. 그러나 샤포네주유소는 찾아드는 고객들로 필드가 붐볐고 주유소 곳곳에 고객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유명세를 떨쳤다. 기름과 유외사업 모두 매출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고객들이 생각하는 것 같다. 넉넉한 공간이라서 사람들끼리 마주칠 일이 별로 없는 데다가 녹지 공간이 풍부해서 편히 쉬기엔 안성맞춤이라고 말하는 고객들이 많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히려 주유소 영업이 훨씬 더 편해졌고 지속가능한 경영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주유소 관계자의 말이다.

방역 활동에 전력투구해 호감 사

디자인만으로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엔 무리다. 실제로 샤포네주유소는 코로나19 관련 대비를 철저하게 진행해 고객들의 호평을 얻었다.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되 마스크가 없는 고객에게는 무료로 배포했다. 손 소독제도 곳곳에 배치했다. 기름값이나 상품 대금을 결제할 때 만나야 하는 직원들은 특수 제작된 글라스를 착용하고 대응했다.

2020년 4월부터 시작된 이 활동은 매달 고객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방역 만족도 조사를 통해 효율성을 높였다. 이 주유소의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모든 건물과 주유기를 자체적으로 소독한다. 내부 직원이 아니라 아웃소싱을 적용해 외부 전문가들이 직접 소독하고 있다. 이를 널리 알렸고 고객들은 안심하고 주유소를 방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