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와 디지털 그리고 주유기가 만났다

■ 일본의 결제기술 IT 스타트업인 'TOUCH TO GO(TTG)'와 미츠비시상사 계열의 석유판매회사 '엠씨에너지' 그리고 한국 현지 법인도 운영하고 있는 주유기 전문 메이커 '다쓰노' 등 3개 회사가 주유소에 병설하는 무인 결제 점포 사업을 공동으로 전개한다. 3개사는 지난 7월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엠씨에너지의 주유소 전체에 무인 결제 점포를 설치하는 목적으로 업무 제휴 계약을 채결했다고 발표했다.

■ 일본에서 주유소 내부에 무인 결제 점포를 설치하는 것은 최초의 일이다. 3사는 합동 기술 개발과 설계 공동 작업을 통해 주유소 사무실 한 켠에 무인 결제 점포를 설치하고 식품과 음료, 생활용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또한 일본의 모든 주유소 점포에 식품 등의 공급 기능을 겸비한 거점 주유소와 점포망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차도 식사도 힘든 트럭 운전사들이 1차 타깃

■ 고객 반응과 매출 추이를 알아보기 위해 파일럿 점포가 생긴다. 일본 수도권인 치바현 치사에 있는 대형 트럭 위주의 대형 주유소에 1호점을 올 9월에 오픈한다. 대형트럭의 경우 편의점이나 식당에 들러서 상품을 구입하고 식사를 하고 싶어도 주차장이 없어서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극히 한정적인 주유소들만 가능하다.

■ 특히 야간에도 운전을 해야 하는 트럭 운전사들의 고충이 크다고 일본 주유소 경영자들은 지적한다. 야간에도 대응하기 위해선 편의점이든 식당이든 인력을 배치해야 하는데 이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갈수록 주유소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이 줄고 있고 인건비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야간에는 아예 지원자가 없어서 애를 먹고 있다.

구인난 극심한 일본 주유소들의 주목 끌어

■ 이와 같은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해선 무인 결제 기술이 상당히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굳이 직원을 배치하지 않아도 고객들이 알아서 자기 용무를 처리하는 게 가능해서다. 또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직원과 대면하기 싫어하는 분위기가 고객들 사이에서 강하게 조성된 것도 무인 결제 기술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주유소도 고객도 이익을 보는 윈-윈 구조다.

■ 일본 수도권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대유행이 여전하기 때문에 고객과 만나는 걸 기피하는 주유원들도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때문에 주유소 경영자가 할 수 없이 필드에서 일하는 일도 적지 않다. 따라서 무인 결제 점포를 주유소에 설치하는 건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입지와 차량 동선, 휴게소의 조화 노려

■ 무인 결제 시스템 솔루션을 제공하는 TTG, 주유소의 점포 운영과 컨설팅을 수행하는 엠씨에너지, 휘발유 주유기와 주유소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다쓰노가 각각 쌓아온 회사의 강점을 살려 무인 점포 혹은 편의점 사업을 펼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독자적인 추진이 아니라 협업 시스템으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더욱 안정감이 있다.

■ 3사는 앞으로 추진할 사업에서 3가지 컨셉도 정했다. 첫째가 교통의 요지다. 입지를 최우선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자동차가 들어가기 쉬운 점포 설계다. 즉 고객 자동차가 편리하게 동선을 잡을 수 있는 레이아웃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마지막으로 휴게 시설과 식당을 갖춘 경쟁력이다. 이 3가지를 결합하고 그 중심에 무인 결제 점포를 세운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