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주유소 기름값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유소 점두가격이 단순 수치로만 보면 높다. 하지만 제주도 주유소 경영자들은 수송비용 등을 고려해야 하고 알뜰과 셀프주유소 증가로 경쟁이 심해졌다며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주도청이 주유소 판매마진을 인터넷에 공개한다고 밝혀 경영자들의 고민이 깊다.

“과일과 야채, 하다못해 고기국수도 섬이기 때문에 가격이 높다. 그런데 왜 주유소 판매가격을 두고 매번 이야기가 나오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제주도 서귀포시 A주유소 대표의 말이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주유소 기름값이 비싼 지역 중 하나다.

제주도의 주유소 판매가격이 높은 이유는 육지처럼 석유제품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이 없고 현물시장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유사 계열 대리점 3곳을 통해 기름을 공급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판매가격이 높다 해서 제주도 주유소 경영 상황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애당초 육지에 있는 주유소보다 공급가격이 ℓ당 20원 정도 비싸게 공급됐고 그만큼 마진이 낮다는 것이 A주유소 대표의 설명이다.

아직 주유소 휴 · 폐업이 본격화되지 않고 있어 경쟁 상황이 오히려 육지보다 더 치열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실제로 제주도는 지난 2018년에 영업주유소의 수가 193개를 기록했고 6년간 큰 증감 없이 올해도 193개를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 주유소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결과가 나와 경영자들의 고민이 깊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2022년 말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제주도 주유소 등 연료소매업의 개수가 233개에서 132개로 줄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가 2030년까지 ‘탄소배출 없는 섬(CFI · Carbon Free Island)’을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전기차 전환이 전국에서 가장 활발할 지역이라는 현실에서 나온 해석이다.

점두가격 편차가 큰 제주도 주유소

제주도의 주유소 점두가격은 휘발유가 1,776.28원, 경유는 1,648.19원이다(4월 19일 기준). 두 유종 모두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제주도 주유소들은 매번 높은 기름값을 유지하지는 않고 있다.

지난 2023년 12월의 제주도 주유소 휘발유 평균 점두가격은 1,628.80원을 기록했다.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휘발유 점두가격이 높았다.

그러나 당시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 점두가격이 1,677. 89원인 점을 감안하면 50원 정도 낮은 수치였다.

오히려 강원(1,623.77원)과 충북(1,616.91원)의 평균 점두가격에 더 근접한 결과다.

경유도 상황은 비슷했다.

또한 지난 2023년 12월 기준 제주도 경유 평균 점두가격은 1,538.50원이다.

가장 높았던 서울(1,609.46원)보다 70원 가까이 낮았고 강원, 충북, 충남, 전남보다 오히려 더 저렴한 수준이었다.

올해부터는 다시 점두가격을 회복했지만 ‘만년 2위’인 제주도 주유소 점두가격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제주시의 B주유소 대표는 “제주도 주유소 점두가격 책정에는 알뜰주유소 영향이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며 “농협주유소까지 늘면서 가격경쟁은 더욱 격화됐다. 관광객 방문이 적은 계절에는 물량 확보를 위해 판매가격을 더욱 낮추기도 한다. 일반주유소가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제주도에 알뜰주유소가 도입된 것은 지난 2013년부터다.

그해 총 4개가 더 오픈해 5개로 늘어났다.

이후 제주도의 자영 알뜰주유소는 16개까지 늘었다(제주시 11개, 서귀포시 5개).

농협주유소는 21개로(제주시 10개, 서귀포시 11개) 두 폴을 합하면 총 37개다.

제주도 내 주유소 수가 193개에 불과해 20%에 가까운 비율이다.

5개 중 1개의 비율로 제주도 내에 주유소가 몰려 있는 곳이라면 알뜰과 농협주유소가 그 주변에 반드시 있다는 뜻이다.

거기에 대리점 계열 주유소까지 지난 해부터 가격경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제주도 자영 주유소 경영자들이 최근 주유소 영업이익률이 1%도 안 된다고 호소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