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12월 13일 석유 3단체가 주최한 ‘2022 국회정책토론회’에서 만난 홍우형 교수는제2주제인 ‘알뜰주유소 사업 경과와 개선 방향’에서 패널 토론자로 참여했다. 홍 교수는 지난 2016년 ‘알뜰주유소 진입으로 인한 시장경쟁효과에 관한 연구’ 논문 발표 후 알뜰주유소 정책을 계속 비판해온 인물이다. 이번에도 그 불공정성을 지적해 토론회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토론회에서 다시 한번 알뜰주유소 정책의 불공평을 지적하셨습니다. 경제학 이론인 ‘Bertrand 가격 경쟁 균형(이하 ‘베르트랑’)’을 토대로 주장하셨는데요. 알뜰주유소와 일반 주유소 사이의 경쟁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소매업자가 서로 경쟁한다고 가정했을 때 두 가지 방법이 있죠. 하나는 가격으로 경쟁을 하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수량으로 경쟁하는 것입니다. ‘베르트랑’ 모형은 전자에 속합니다. 가격 이외에 모든 판매 조건이 같다면 판매 비용을 조금이라도 낮게 책정한 소매업자만 살아남고 다른 소매업자는 퇴출당한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 자체가 주유소의 경제 모델과 상당히 흡사합니다. 예측되는 결과는 동일합니다. 알뜰주유소가 일반 주유소 근처에 생기면 일반 주유소는 퇴출될 수밖에 없어요. 일반 주유소는 알뜰주유소의 석유제품 공급가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일반 주유소가 석유제품을 90원에 공급받고 알뜰주유소가 70원에 공급받는다고 가정해봅시다. 알뜰주유소는 일반 주유소의 석유제품 공급가격 90원보다 조금 더 낮은 가격인 80원~85원에 팔아도 이익을 얻습니다. 결국 일반 주유소는 공급가격이 높기때문에 알뜰주유소와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알뜰주유소 정책은 시장 경쟁 촉진 효과를 위해 도입됐습니다. 알뜰주유소는 정부가 희망하는 정책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보시는지요?

“아니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일반 주유소는 알뜰주유소 정책이 시작되기 전부터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지난 1990년대 석유 산업 자유화 이후 2009년에는 전국 주유소 수가 최대 1만2,862개까지 증가했죠. 한국은 충분히 많은 주유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유소가 포화 상태인데도 알뜰주유소 도입으로 가격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정책 구상은 시작 방향부터가 잘못 설정됐다고 생각해요. 정부가 바라는 시장 경쟁 촉진 효과는 경쟁이 없는 업종에 알뜰주유소같이 인위적인 가격경쟁 유도 정책을 도입할 때 효과적입니다. 주유소는 지금도 경쟁이 치열한 업종입니다. 여기에 경쟁 촉진 수단을 추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죠. 결국 알뜰주유소 외에 일반 주유소는 살아남기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한 것입니다.”

일반 주유소 피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알뜰주유소의 석유제품 판매량이 증가하며 일반 주유소 경영자들의 박탈감 또한 높아졌습니다. 이 주장에 대해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주유소 경영자의 박탈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일반 주유소가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알뜰주유소는 일반 주유소 경영에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요. 일반 주유소 근처에 알뜰주유소가 들어와 판매가격 측면을 따라갈 수 없으니 결국 경영을 포기하거나 휴업을 선택한 일반주유소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또한 전국 주유소 수와 일반 주유소 운영 개수는 꾸준히 감소하는 데 알뜰주유소 수는 반대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알뜰주유소가 일반 주유소보다 능력이 뛰어나서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동일한 조건의 경쟁이 이뤄졌다면 알뜰주유소 수도 감소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일반 주유소 석유제품 판매량 감소도 문제가 심각합니다. 일반 주유소 1개의 10년간 평균 석유제품 판매량은 거의 변화가 없거나 소폭 증가로 그쳤습니다. 그러나 알뜰주유소 단위당 석유제품 판매량은 2022년을 기준으로 2012년 대비 2배가 증가했습니다. 일반 주유소는 알뜰주유소로 인한 판매량 감소라는 확실한 피해를 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