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원유가격 폭락으로 올해엔 그 증가세가 주춤하겠지만 확실한 흐름이란 건 분명하다. 주유소도 경영 영속성을 위해선 전기차 충전소로 변신을 시도하거나 충전기 부분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네덜란드 석유산업협회가 2020년 2월에 발표한 컨설팅보고서를 보면 전기차 개발과 충전 기술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어떻게 접근하고 무엇을 도입할 것인가?

거대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자동차를 이용한 이동과 생활 속 에너지의 전환이 가속도를 밟고 있어서다. 소비자들 역시 기존 주유소의 기능과 역할에서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석유제품 일변도의 판매를 벗어나 이동성의 중간 기지로 활용하고, 다양한 목적의 이동 과정에서 빠르고 쉽게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간주하는 게 그 변화의 핵심이다.

네덜란드 석유산업협회(VNPI, Dutch Petroleum Industry Association)는 이 트렌드를 간파하고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베렌쇼트(Berenchot)’에 의뢰해 전통적인 주유소의 변신상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나온 보고서 ‘Tankstations in transitie(전환기의 주유소)’는 주유소의 전체적인 변신 기점을 2035년으로 잡았다. 앞으로 25년 정도 후에는 현재 주유소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주장이다. 네덜란드의 주유소 수와 자동차 현황 그리고 기존 주유소의 유형별 종류부터 알아보자.

 주유소 경영 현황 

내연기관차 압도적, 전기차는 증가세

네덜란드의 주유소 수는 2018년 말 기준 4,121개다. 2003년 말 4,236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5년의 기간 동안 크게 줄지 않았다. 상당히 안정적이었던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무인 주유소 수다. 전체 수의 변화는 작았지만 무인 주유소 수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2003년 유인 주유소는 3,661개였고 무인 주유소는 575개였다. 15년이 흐른 2018년에는 유인 주유소가 2,023개(-1,638개), 무인 주유소가 2,098개(+1, 523)로 집계됐다. 무인 주유소가 전체 주유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9.5%다. 즉 무인 주유소의 폭발적 증가는 네덜란드 주유소시장의 큰 특징이다.

여전히 휘발유와 경유차 많다

주유소의 가장 큰 고객인 승용차의 연료 비중은 어떨까? 네덜란드 승용차의 79.3%는 휘발유 승용차였다. 경유 승용차의 비중은 15.8%. 즉 ICE(내연기관) 기반으로 주요 석유제품을 사용하는 승용차의 비중이 전체의 95.1%에 달한다. 전기차 비중은 0.2 %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 주유소들이 판매하는 휘발유와 경유의 판매량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휘발유는 경유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다.

반면에 전기차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는 지난 5년 동안 80% 가량 증가했다.

유외 비중 38%, 푸드 상품 인기

네덜란드 주유소들의 매출에선 석유제품 판매가 평균 62%, 유외상품 판매가 38%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석유에서 유외로 매출 비중이 서서히 바뀌는 중이다. 특히 푸드 상품의 판매는 2018년에 4.7%포인트 증가해 27억2,900만유로(약 3조6,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렇게 성장세가 폭발적이기 때문에 네덜란드 주유소 경영자들은 푸드 상품 판매 시설에 집중 투자하고 레스토랑과 샌드위치 바, 커피 전문 코너와 빵집 등 다양한 음식 제공 서비스를 추가했다.

 주유소 타깃 고객은? 

노령층과 법인고객 중시할 필요

주유소 경영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네덜란드도 마찬가지다. 보고서는 4가지의 주요 테마를 제시하면서 이 테마들이 미래 주유소의 경영 패턴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첫 번째는 ‘이동성(mobility)’이다. 2035년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이동이 일어난다. 네덜란드만 해도 2020년 대비 20 30년의 인구는 약 6%포인트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도심지 위주의 이동과 개발이 급속도로 진행된다. 이동(여행) 거리는 인구 증가보다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유’ 심화, 주유소에겐 노령층이 중요

여기에 더해 도심지 곳곳과 주요 도로를 다니는 대중교통 네트워크 역시 자율주행차가 맡게 될 확률이 높다. 주유소 입장에선 개인과 대중교통 수단 등 다양한 형태의 수송용 자율주행차를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도 이동의 유연성 확보와 탄력성을 증대시키는 게 핵심이다. 이동에 필요한 정보가 점점 더 많이 제공되고 고객들은 교통 상황에 따라 자동차 혹은 대중교통 또는 개인용 이동 수단을 선택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서 네덜란드의 고객들은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리스’ 자동차가 빠르게 확산될 것

개인이 자동차 메이커나 그룹의 자동차를 임대(lease)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차를 구입하는 것도 좋지만 가격은 부담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유지보수 비용을 지불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이런 이유로 네덜란드에서도 개인용 리스 자동차가 인기를 누리고 있고 더욱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은 이 트렌드와도 걸맞는다. 공급하는 쪽은 전기차에 붙는 정부 지원금으로 예산을 줄일 수 있고 제공받는 쪽은 새로운 트렌드를 즐기면서 친환경 운전이라는 이미지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유소 경영자라면 이런 고객들(주로 자동차를 빌려주는 법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